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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공간'' 속 ''삶의 이야기꽃'' 활짝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 작성자 : 시스템 관리자
  • 작성일 : 2023.03.17
  • 조회 : 3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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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공간'' 속 ''삶의 이야기꽃'' 활짝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②서른책방

커피 머신이 원두를 분쇄하는 소음,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의 애달픈 트럼펫 선율,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일정한 리듬으로 울려 퍼지는 노트북 타자 소리....

다양한 사람들이 지닌 삶의 흔적이 스며드는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다소 어수선한 느낌에 붕 뜬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서로의 생각과 의사를 사려 깊게 존중하는 분위기가 서른책방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서른책방의 주인장인 서장원 책방지기(32)는 원래 서울에 거주하며 직장을 다녔다. 지친 일상의 위안이 되는 힐링 스폿을 찾아다니는 게 그의 취미였다. 서울엔 유명한 책방과 핫플레이스가 많았지만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시간을 보내기엔 어려운 경우가 있고, 인근 수도권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원에 있던 이곳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트렌디하고 힙한 매력보다는 한 줌의 낭만이 서려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책방이 주는 여유에 매료된 그는 전임 사장에게 2019년 10월께 가게를 넘겨받아 손님에서 주인장이 됐다.

그가 이곳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4년째인 만큼?그의?취향과?감성이?제법?묻어날?법도?하지만 재밌게도 서 책방지기는 이 공간이 자신만의 감성으로 물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서른책방은 방문객 각자가 지닌 색이 뒤섞이고 더해지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를 긍정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남기고 간 사진과 그림,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만든 포스터나 에코백, 추억이 깃든 잡동사니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물건들이 책방 곳곳에 스며들었다.

서 책방지기는 책을 큐레이션할 때도 특별한 기준이나 섹션에 얽매이지 않는다. 단골들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책장을 정리하는 그는 책방이자 카페인 이곳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작가들과 협업 전시를 펼치기도 한다. 그는 “책방을 거쳐가는 손길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좋다”며 “창가 쪽 자리에 걸려 있는 외투가 오늘은 하얀색 점퍼지만 내일은 검은색 코트일 수도 있지 않나. 사소하지만 매일 이곳은 달라지고 또 달라진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새로움과 생동감으로 가득 채워지는 셈”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의 철학이 반영된 독서·필사 모임, 소설시·그림책·나만의 책 만들기·공예 클래스 등의 다채로운 연결망 속에서 사람들이 각자 교류의 의미를 되짚어 보며 공간에 녹아든다. 특히 지난해 8월 임발 작가(소설가)와 김승일 시인이 함께했던 ‘소설시 클래스’는 소설과 시를 융합한 이색 프로그램이다. 김?시인이?책방 측에 “이곳은 언제나?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고?들었다”라며?“소설과?융합한다면?이색적인?시도이자?도전이?될?것?같다”는 의견을 전했고, 서 대표 역시 강의를 이끄는 주체나 배우러 온 시민들 모두에게 의미?있는?경험이?될 거라고?확신했다. 그렇게 우당탕 시작된 클래스를 무사히 마쳤고, 참여했던 이들의 이름으로 11월에 출판물도 발간하는 뜻깊은 성과도 냈다. 글을 써 왔든 써오지 않았든 누군가는 작가가 됐고,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각자 인생 스토리의 여백을 채워나가는 데 서른책방이 중요한 거점이 된 셈이다.

지난달 28일 오후엔 방문객 7명을 데리고 박소담 작가(32·여)가 그림책 클래스를 진행했다. 박 작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데, 그는 서른책방이 삶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그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 슬럼프에 직면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여기서?클래스를 진행하며 사람들과 만나다보니 위안과 치유를 얻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했겠지만, 소통하다보니 달라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작가는 이곳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책장에 꽂힌 그의 책, 여기저기 걸려 있는 그의 그림들에선 공간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망포동에 사는 오세인씨(34·여)는 서른책방의 주인이 바뀌기 전 오픈 당시부터 이곳을 찾았던 단골 중의 단골이다. 바쁠 때는 자주 찾지 못하지만 SNS로?팔로우를?해놓고?틈틈이?소식을?확인한다. 오 씨는 “서른책방의 묘미는 자주 오는 사람들이 또 찾게 되는 데 있다”며 “무언가 열중해서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다. 각자의 삶의 방식을 긍정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일보

*인터뷰 등 기사 원문은 http://www.kyeonggi.com/article/20230314580355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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